한국 vs 미국 부동산 고액 자산가의 선택이 바뀌는 이유
한국 vs 미국 부동산 고액 자산가의 선택이 바뀌는 이유
공급 부족 심화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 압력 거세질 전망
서울에 거주하는 47세 사업가 김 씨는 최근 미국 서부 지역에 주택 구매를 고민 중이다.
IT 관련 회사를 운영하며 미국 출장 빈도가 잦은 그는, 아예 집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미국 달러 자산을 확보하는 동시에 중학생 자녀가 추후 유학을 가게 될 경우 이를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주변에서도 미국 부동산을 알아보는 사례가 많다며, 부동산 정책의 불확실성이 적고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에도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의 주요 자산가들 사이에서 미국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경기의 저성장과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자산의 일부를 미국으로 옮기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상속세 및 증여세 회피를 위해 한국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에는 더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미국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서동기 엠비아 대표는 한국 내 저성장, 다주택자 규제, 작년 말 정치적 불안 요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하며
유학과 관광의 증가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해외 주택 마련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졌다고 전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거주자가 미국 부동산 취득을 위해 송금한 금액은 약 2억7130만 달러(한화 약 3000억 원)로 전년도 대비 16.6% 증가했다.
기존에는 세금 혜택이 큰 이유 중 하나로 꼽혔는데, 어태수 네오집스 대표는 미국의 상속·증여세율이 주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한국보다 낮아 영주권 취득과 세금 절약을 동시에 추구하는 수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일부 초고액 자산가들에게 국한된 현상이었으나 최근 그 폭이 확장되는 양상이다.
특히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자산을 해외로 이동하는 이른바 ‘투자 노마드’들이 미국 부동산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한국의 순대외 금융자산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겼다.
더불어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서 대표는 미국이 달러 자산 축적이 가능한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유튜브와 오픈 채팅 등 정보 채널 확대로 투자 심리적 장벽도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자녀 교육 목적으로 미국으로의 이민이나 투자를 계획하는 수요도 증가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500만 달러 상당의 골드 비자를 제안하자, 80만 달러 규모의 투자 이민(EB-5) 관련 상담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컨설팅 업계 관계자의 설명도 이를 뒷받침한다.
많은 이들이 영주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관련 비용 상승 전에 미리 준비하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현지 투자 선호 지역으로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권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유학생과 사업 교류가 많아 미국의 경제·교육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뉴저지나 보스턴 등지에서는 타운하우스가, 하와이 등 휴양지에서는 세컨드홈으로 활용 가능한 소형 스튜디오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문태영 코리니 대표는 전했다.
반면, 미국 부동산 투자는 주의 사항도 많다.
현지 실사 없이 중개업체의 설명만을 믿고 진행하다가 잔금 미납, 임대 차질, 허위 등기 등의 문제를 겪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또한 연방국가 시스템 내에서 주마다 세금과 제도가 다른 점 역시 체크해야 할 부분이다.
서 대표는 철저한 정보 수집과 법률·세무 전문가, 현지 부동산 전문가와의 협업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