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종전 가능성에도 건설사들 시큰둥한 이유
우크라 전쟁 종전 가능성에도 건설사들 시큰둥한 이유
미국 주도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종전 협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며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건설경기가 침체된 분위기인 가운데 재건사업이 건설사들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 건설사들은 국내 정치적 상황이 불확실해 섣부르게 재건사업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22일 한국토지주택연구원이 발간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진출을 위한 전략 수립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종전 후 우크라이나 주택, 기반시설, 산업시설, 피난민 지원 등 재건하는데 총 4863억 달러(약 700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사실 우리 정부는 국토부를 중심으로 종전에 대비해 재건 사업 참여를 위한 준비 노력을 기울여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7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양국 간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또 2023년 9월엔 민관 합동 재건협력 대표단이 구성돼 키이우를 방문하기도 했다.
대표단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포함해 총리, 재건부총리 등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와 잇달아 면담하고 ‘한국·우크라이나 재건협력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023년 5월 16일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과 공동으로 대한상의 챔버라운지에서‘한-우크라이나 미래협력 간담회’를 개최한 모습.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과 율리아 스비리덴코(Yulia Svyrydenko) 우크라이나 수석부총리 겸 경제부장관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과 관련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건설사들의 사업 참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현대건설은 우크라이나 보리스필 국제공항공사와 공항 재건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삼성물산은 우크라이나 리비우시와 스마트시티 개발 협력 MOU를 체결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2023 우크라이나 재건 박람회’에서 모듈러 건축 사업과 비료·화학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 각서(MOU) 2건을 체결했다.
GS건설은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의 모듈러 주택 회사 단우드를 자회사로 보유해 재건사업 진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다만 국내 건설사들은 아직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를 적극 검토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재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초기 비용 투입이 상당할텐데 회수가 가능할지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불안정한 국내 정국이 재건사업 참여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업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여주기 위해 정부에서 나서서 미리 우크라이나 정부와 협의를 해야하는데, 국내 정국이 불안하다 보니 정부도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민간에서도 움직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는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사업에서 한 차례 큰 손실을 본 경험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2010년 해외건설 최대 수주 호황기를 누렸다.
하지만 저가 수주, 유가 변동, 복잡한 사업 특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2013~2015년 수조원대 해외사업 손실을 경험한 바 있다.
2015년 이후엔 손실에 대한 후폭풍으로 해외사업 수주액이 크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해외사업이 ‘빚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외교적 노력을 통해 안전판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