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살 만하네 청약족도 기웃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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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준공 10년차를 맞는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전용84㎡(C타입)가 지난달 18억3000만원(6층)에 팔렸다.
연초만 해도 해당 타입은 16억7000만원(2월, 8층)에 거래됐는데, 석달만에 1억6000만원이 올랐다.
반면 2021년 12월 준공한 인근 ‘마포프레스티지자이’는 전용 84㎡(E타입)이 지난 1월 19억4000만원에 팔렸는데, 5월에 이뤄진 3건의 매매는 모두 그 이하의 가격으로 손바뀜됐다.
서울에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이 준공 5~15년차의 ‘준신축’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공사비 인상 여파로 새 아파트 가격은 급등하고,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린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면서 생긴 현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에서 준공 5년 초과∼10년 이하 아파트는 지난 4월 매매가격지수가 전달 대비 0.28% 올랐다.
10년 초과~15년 이하 아파트도 0.25% 뛰었다. 15년 초과~20년 이하(0.12%), 20년 초과(0.07%)는 물론 5년 이하(0.23%)보다도 큰 상승폭이다.
작년 연말과 비교해도 준신축 상승세는 두드러진다. 5년 초과~10년 이하 아파트와 10년 초과~15년 이하 아파트가
각각 0.08%, 0.03% 오르는 동안 5년 이하 신축은 0.02% 상승하는데 그쳤다. 20년 초과 아파트는 유일하게 0.4% 떨어졌다.
실제 거래에서 준신축 아파트 몸값이 신축 못지않은 사례는 흔하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 강동롯데캐슬퍼스트는 준공 16년차 아파트로 인근 준공 5년차 신축인 래미안 솔베뉴보다 최근 집값 상승폭이 가파르다.
래미안 솔베뉴의 경우 전용면적 59㎡의 지난해 말 실거래가가 11억6000만원이었고 최근
유사동·층의 실거래가는 11억8000만원으로 20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강동롯데캐슬퍼스트의
경우 지난해 말 동일 면적 실거래가가 10억4750만원이었지만 최근 같은 동이면서 층수는 더 낮은 가구가 7000만원 이상 오른 11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한 지역에서 아파트 매매 가격은 대개 신축 → 준신축 → 구축 순으로 강세다.
그러다가 준공된지 20년이 지나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가능성이 타진되면 가격이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요즘은 일반적인 상황과 다른 모습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재건축 아파트는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몸테크’ 열풍을 불러올 정도로 재건축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은 신축 아파트를 마련하는 확실한 방법으로 통했다. 하지만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 속도가 좀처럼 나지 않으면서 개발 기대감이 꺾이는 곳들이 등장하고 있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준공 5년 안팎 새 아파트에는 ‘신축 프리미엄’이 지나치게 붙은거 아니냐는 불안감도 작용한다.
비슷한 입지 조건이라면 누구나 새 아파트를 선호한다. 하지만 최근 민간 아파트 분양가가 급등하면서 청약 매력이 다소 반감했고
기존 신축 아파트에는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웃돈이 높게 붙고 있다.
이렇다보니 ‘신축 프리미엄’이 적당히 빠진 준신축으로 수요가 몰리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상에 차 없는 단지’와 ‘대형 커뮤니티
센터’로 대표되는 2010년대 이후 아파트 건축 방식이 지금까지 거의 바뀌지 않아 주거환경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