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 쏟아진다 입주민도 건설사도 피눈물
하자 쏟아진다 입주민도 건설사도 피눈물
올 하반기 경기도의 한 신축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는 30대 김 모 씨는 요즘 아파트 하자 뉴스를 접할 때 마다 가슴이 철렁인다.
‘우리 아파트는 괜찮을까’라는 걱정 때문이다.
김 씨는 “내집 마련의 꿈을 안고 입주할 날만 기다렸는데 새 아파트에 심각한 하자가 발생한다면 누가 살고 싶겠냐”며 “요즘 일어나는 일이 남 일 같지 않다”고 털어놨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건설공사비지수가 154(2015년 기준 10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수년간 이어진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전세계적으로 약해진 공급망 그리고 고금리 등이 맞물려 공사비를 살인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코로나19 이전 수주에 나선 건설사들이 전혀 예상 못한 요인으로, 최근 급증하는 하자는 이같은 구조적 요인도 한 몫 한 것으로 지적된다.
여기에 입주자대표위원회는 문제 해결을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여론전에 뛰어들면서 과거보다 하자에 더욱 민감해진 상황이다.
최근 ‘무안 힐스테이트 오룡’, ‘세종 자이 더 시티’, ‘인천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등이 대표적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요즘 공사장의 가장 큰 문제로 ‘휴먼 리스크’를 꼽는다.
건물을 짓는다는 건 초기 단계부터 최종 단계까지 일일이 사람 손길이 들어가는데, 현재 국내 공사장에선 숙련된 기술공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국내 건설업계 한 임원은 “철근공들은 수십 kg에 달하는 철근을 들어 세우고 고정하며 뼈대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데
가장 힘든 일이다보니 모두들 기피한다”며 “예전엔 숙련된 조선족들이라도 있었지만 코로나19때 떠난 이들 자리는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들이 떠맡고 있다”고 했다.
건설업계 또다른 임원은 “요즘 공사장의 외국인 노동자 비중은 평균 30%정도인데 곳에 따라 비율이 60%에 육박한 곳도 있다”고 밝혔다.
이렇다보니 지시와 이행이 오가야 할 공사장에서 의사소통이 힘든 건 흔한 일이 됐다.
코로나19 당시 공사 중단과 재개가 반복된 상황도 하자 급증 요인으로 꼽힌다. 공사가 중단되는 건 곧 비용 상승으로 직결된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입주예정일이 정해져 있다보니 압박감이 가중됐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입주예정일을 지키지 못한 경우 지체상금으로 물어내야 하니 부담이 크다”며
“지난 몇 년간 기후변화로 혹서기·혹한기엔 작업이 중단됐고, 2년 전 화물연대 파업 당시 공사현장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최근 소비자들이 품질을 꼼꼼히 따지니, 마루, 도배, 전기설비 등 후작업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고급 인력들이 몰리지만, 인력이 한정됐고 인건비가 치솟는다는 것이 문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마루 작업 인력 일당이 80만원까지 급등했다”며 “이 정도 급여면 차라리 내 자녀에게 배우게 하고 싶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의 오랜 침체도 하자 문제를 불거지게 한 주원인이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땐 잔금을 치를 시점에 집값도 함께 오르는 게 당연했지만
최근 입주를 앞두고 시세가 분양가보다 떨어지는 사례가 종종 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하자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준공 승인이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며 “요즘 시황이 워낙 안좋으니 입주를 늦추고 아예 시공사랑 한 판 붙어보자는 심리도 작용한다”고 전했다.
시행사나 시공사의 명백한 과실로 입주가 예정일보다 3개월 지체되면, 수분양자들은 계약을 취소할 수 있고 위약금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