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생숙 대출 축소로 잔금 못 낼판
설상가상 생숙 대출 축소로 잔금 못 낼판
“곧 입주인데 대출도 안 나온다고 하고 정말 밤잠을 못 잡니다.”
22일 서울 마곡에 있는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을 분양받은 송 모씨는 “거주가 안 되는 상품이어서 은행에서 대출을 취급하지 않거나 (한도가) 엄청 조금 나올 거라고 한다.
분양받을 때는 70~80% 대출이 가능하다고 해서 계약했는데 큰일났다”고 울먹였다.
올해 준공 후 입주하는 생숙 규모가 1만실에 달하는데 대출 한도가 절반이나 축소될 전망이라 수분양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수분양자들에 따르면, 오는 7월 준공 예정인 생숙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사진)는 금융권에서 잔금대출 한도가 감정가의 30~50%대로 책정되고 있다.
통상 잔금대출은 시행사가 금융사와 협약을 맺고 준공 두세 달 전부터 진행한다.
아직 정확한 금융기관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은행권은 생숙 가치 하락으로 담보대출 취급을 기피하면서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있다.
한 수분양자는 “은행은 생숙이 거주도 안 되는 위험자산으로 담보가치가 떨어졌다며 대출을 취급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감정가의 30%밖에 안 나온다고 들었다”고 했다.
정부가 생숙은 ‘거주 불가’라고 명확히 한 데다, 금리가 뛰면서 위탁사에 맡겨 수익형으로 운영하는
생숙 수익률이 떨어지자 금융사들은 생숙을 ‘위험자산’으로 보고 대출 한도 축소에 나선 것이다.
거주 불가 방침에 생숙은 마이너스피(마이너스 프리미엄)가 속출하고 있다.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도 마이너스피가 1억원 이상인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제2금융권 관계자는 “1금융권에서는 생숙을 취급하지 않는다. 요즘 생숙 경매 낙찰가율이 너무 낮다.
고위험 상품이라 금리도 높고, 대출 한도가 많아야 50% 나온다”고 했다.
아파트는 대출이 안 돼 잔금을 치르지 못할 경우 전세를 놓을 수 있지만, 생숙은 불가능하다.
생숙은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거용으로 쓰면 건물 시가표준액의 1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정부는 이행강제금 처분을 올해 말까지 유예한 상태다.
2021년 분양한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지하 6층~지상 15층, 5개 동, 총 876실 규모 생숙이다.
전용면적 84~88㎡ 분양가가 14억~17억원대에 달했다. 이곳 수분양자협회 관계자는
“수분양자 대부분이 잔금을 치르지 못할 상황”이라며 “정부가 생숙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문제는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처럼 거주용으로 분양받았다가 거주가 안 돼 ‘진퇴양난’인 생숙이 1만실이 넘는다는 점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 준공 예정인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 에디션을 비롯해 올해와 내년에만 전국에서 생숙 1만3801실이 준공 예정이다.
2020~2021년 분양된 생숙 수분양자 일부는 ‘거주 가능’한 줄 알고 분양받아 곤란에 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