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의 경고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빅스텝) 여파와 관련해 “부동산 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을 빚내서 사신 분들이 고통스러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동안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 게 금융불안의 원인이 됐기 때문에 거시 전체로 보면 안정에 기여하는 면도 있다”고 했다.
시장에선 이자 부담을 버티지 못하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아 집을 산 사람)’을 중심으로 기존 가격 대비 10~20% 낮은 급매물이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창용 “부동산, 추가 하락 가능성”
이 총재는 이날 빅스텝 후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은 2~3년 동안 상당히 많이 올랐다가
올 1월부터 8월까지 실거래가 기준으로 3~4% 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금리가 더 올라갔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빚으로 부동산을 구입한 젊은 신혼가구(와 같은) 이런 분들은
어떤 면에선 고통이 크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저희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도
부동산 가격 하락이 거시경제 안정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지난 7월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했을 때도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굉장히
높은 수준이었다”며 “이번 금리 인상 국면을 통해 불가피하게 조정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신규 분양시장도 타격 불가피
잇단 금리 인상으로 주택 시장은 추가로 타격을 받게 됐다. 매수심리 위축과 이에 따른
‘거래절벽’, 집값 하락이 도미노처럼 연결되면서 ‘영끌족’의 급매물이 연말부터 시장에 속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광교중흥S클래스’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말 12억원(2층)에 매매됐다.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 젊은 층, 생애최초 구매자 등이 주택 거래시장을 떠나면서 거래 가뭄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20·30대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지난해 41.8%에 달했지만 올 들어선 35.0%로 줄었다.
한은 총재의 경고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고금리 이자 부담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여신 규제,
주택가격 고점 인식 등으로 매수 관망세가 커지고 있다”며 “주택 거래시장과 함께
아파트 신규 분양시장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차 시장도 연쇄 타격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고정금리라는 선택지가 있는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전세자금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라며
“금리 인상에 따른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고, 월세도 상승 폭을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동성 위기 커지는 부동산 PF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는 금융시장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부동산금융(대출+보증)은 2566조4000억원 규모다. 국내 총 민간신용(3339조3000억원)의 77%에 달했다.
이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부실화 우려로 얼어붙었다. 시중은행은 올 하반기
들어 사실상 신규 PF 대출 전면 중단에 들어갔고, 2금융권은 대출 연장 조건으로 최소 연 10~20%의 초고금리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