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숨긴 LH 주차장 붕괴 다른 원인도 은폐했다
철근 누락 숨긴 LH 주차장 붕괴 다른 원인도 은폐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LH아파트의 안전성을 점검한 안전진단전문업체의 ‘진단결과’를 묵살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LH는 지난 4월 인천 검단아파트(LH 발주, GS건설 시공) 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이 아파트와 같이 무량판 구조(대들보 없이 바닥과 기둥만 있는 형태)로 지은 LH 아파트가 안전한지 아닌지를 외부 전문업체를 통해 점검받았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업체에 진단을 맡기고 그 결과를 그대로 발표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작 지난 7월 30일 결과 발표 때는 진단업체의 주요 지적사항을 뺐다.
결과 발표 당시 이한준 LH사장은 “아주 경미한 사안일지라도 LH가 발표하지 않고 나중에 알려질
경우 축소·은폐했다는 말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아주 경미한 것까지 소상히 발표했다”고 말했는데, 실제는 이와 달랐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LH아파트 안전점검을 한 전문업체들은 LH아파트 지하주차장 위
화단의 토심(토양의 깊이)이 설계보다 깊어 하중 상태와 토심을 확인해야 한다고 진단보고서에 명시해 LH에 제출했다.
설계 도면상 토심은 1m인데, 실제 현장 점검 결과 심한 경우 토심이 3m인 곳도 있었고,
설계 기준대로 화단이 조성된 곳은 한 곳도 없었다는 게 진단업체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번 LH사태가 불거지면서 설계도보다 높게 쌓은 흙을 거둬내는 작업을 서둘러 한 현장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건설현장에서 설계도는 곧 법이다.
실제 지난 6일 철근이 누락된 단지라고 LH가 발표한 서울의 모 LH아파트 단지를 살펴본 결과 소나무가
조성된 화단의 높이는 지상 기준 최고 80㎝ 정도였다. 지하로 1m 흙이 쌓여 있으니 토심은 최고 1.8m인 셈이다.
설계보다 깊은 토심은 검단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의 세 가지 원인 중 하나다.
철근 누락과 함께 설계 기준보다 1m 높게 쌓은 지하주차장 위 토사 무게가 설계하중을 초과했다고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5일 발표했다.
국토부 건설안전과 이윤우 과장은 “전문가들이 설계도보다 1m가량 높게 쌓인 흙이 붕괴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LH는 지난 7월 말 무량판 적용 91개 LH 단지 중 15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토심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안전진단업계의 한 관계자는 “철근 누락도 누락이지만 지하주차장 위 흙 무게가 설계하중을 초과할 수 있고,
이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진단 보고서에 이를 지적했는데 어쩐 일인지
LH의 발표에는 이 부분이 빠졌다”고 말했다. ‘붕괴 뇌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LH가 발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7월 말 발표는 철근 누락 중심으로 발표했기 때문에 토심 부분은 발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전진단업체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부분을 LH는 ‘셀프 판단’을 통해 발표에서 누락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LH의 태도가 또 다른 사고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점검 결과 철근이 누락된 단지는 보강 공사가 이뤄졌거나 이뤄지고 있지만,
토심 설계 하중 초과 문제는 방치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철근 누락 단지는 일부이지만, 토심 설계 하중 초과가 우려되는 단지는 전부여서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당장 LH가 안전진단을 의뢰한 100여개 단지가 모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