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 아니라 줍줍 됐다고? 사람 몰린 인기 아파트에 무슨 일
완판 아니라 줍줍 됐다고? 사람 몰린 인기 아파트에 무슨 일
분양시장 침체에도 청약 일정을 소화해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던 아파트 단지들이 연달아 계약 실패를 겪고 있다.
나날이 상승하는 분양가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주택매수 심리가 꺾이면서다.
이에 미계약 물량에 대한 무더기 ‘줍줍’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 푸르지오 어반피스’ 잔여세대에 대한 선착순 동·호 지정 계약이 시작됐다.
이 단지는 239가구 소규모 주상복합아파트다.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 초역세권 입지지만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가 최대 15억9500만원으로 책정됐다.
1순위 청약 당시 경쟁률이 56.1대 1에 달해 얼어붙은 분양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듯했지만 완판에는 실패했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e편한세상 답십리 아르테포레’와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도 지난 2일과 3일 무순위 청약 대상 단지가 됐다.
두 단지 모두 지난해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 100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정당 계약을 포기하는 당첨자가 속출했다.
e편한세상 답십리 아르테포레는 총 121가구 가운데 54가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는 총 1467가구 가운데 122가구가 미계약 물량으로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주변 시세 대비 비싼 분양가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e편한세상 답십리 아르테포레의 전용 84㎡ 분양가는 10억4300만~11억5400만원에 책정됐다.
입지가 더 좋고 세대 수가 더 많은 인근 단지인 ‘두산위브’ 전용 84㎡이 지난해 10월 9억5000만원에 손바뀜된 것과 비교하면 높은 가격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문 아이파크 자이의 경우에는 전용 84㎡ 분양가가 12억599만원~14억4026만원에 달했다.
앞서 인근에서 분양한 인근에서 분양한 ‘휘경자이 디센시아’(9억7600만원)와 ‘래미안 라그란데’(10억9900만원)과 비교해 최대 4억원가량의 자금력을 더 요구했다.
서울 구로구 개봉동 ‘호반써밋개봉’도 지난해 9월 분양해 25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나타냈지만 일반분양 190가구 중 72가구가 계약을 하지 않았다.
그 뒤로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서도 미분양 물량을 소진하지 못했다.
서울 강동구 길동 ‘강동중앙하이츠시티’는 지난달까지 네 차례에 걸쳐 무순위 청약 공고를 내 가까스로 남은 물량을 털어냈다.
옆서울로 불리는 광명도 마찬가지다. 지난 4일 1순위 청약 신청서를 접수한 ‘광명자이 힐스테이트SK뷰’는 387가구 모집에 1492개의 청약 통장이 들어왔다.
평균 청약 경쟁률은 3.85대 1이었지만 다수의 타입이 미달됐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전용 59㎡가 7억7300만원~9억200만원, 84㎡가 10억6500만원~12억3500만원이었다.
분양시장에서는 올해 청약에 나서는 단지들이 부진한 성적을 거두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713만6195명으로 전년 동기(2813만7854명) 대비 100만명 이상 줄어들었다.
고금리와 고분양가에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면서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 지수는 152.54로 전년 동기(147.63)보다 3.32% 올라갔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지난 2020년 11월(120.59)에 비해서는 31.95% 뛰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금융비와 공사비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해지고 있다”라며
“층간소음 강화와 제로에너지 건축 등 공사 난이도가 심화하게 된 부분도 분양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