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마이너스 프리미엄; 주택시장 침체로 인해 지방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던 분양권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수도권에서도 속속 나오고 있다.
마피란 분양가보다도 더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칠 때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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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주안동 A아파트 단지의 전용면적 59㎡ 분양권이 최근 4억35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분양가 4억2350만원보다 2000만원 더 낮은 가격에 팔겠다는 것이다.
이 단지는 내년 2월 입주를 앞둔 2054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공원을 끼고 있다.
2020년 7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2.18 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공급 폭탄으로 ‘미분양의 무덤’이 된 대구광역시에서는 마피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나, 수도권의 마피 매물은 다소 이례적이다.
수도권 마이너스 프리미엄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전망 확산 등의 영향으로 주택 거래절벽이 심화하고 집값도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수도권 분양권 시장도 본격적인 빙하기로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지난달에는 서울 강남권에서 마피 매물이 나왔다.
내년 1월 입주를 앞둔 서울 송파구 오금동 B단지의 전용 65㎡ 분양권은 최근 공급가(14억7260만원)보다 5000만원 내린 가격에 나오기도 했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은 이 단지는 ‘배짱 분양가’라는 논란 속에서도 지난 1월 평균 경쟁률 2599대 1을 기록한 곳이다.
◆수도권 미분양 급증…서울 분양권 거래량 역대 최저
서울 분양권 거래량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급감한 상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포함) 거래량은 총 49건으로, 통계 집계가 시작된 지난 2007년 이후 상반기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2017년 상반기 5763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2018년 1493건, 2019년 945건, 2020년 480건, 2021년 157건 등으로 급격히 줄고 있다.
미분양도 전국적으로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미분양 주택은 총 3만1284호로 전월보다 12.1%(3374호) 증가했다.
미분양 주택은 작년 10∼11월 1만4000호 규모로 바닥을 찍은 뒤 올해 들어 매달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말 1509호에서 7월 4528호로 7개월 사이 3배나 급증했다.
공사가 끝나고 나서도 분양되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7388호로 전월보다 3.6%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권 시장을 비롯해 부동산 경기의 각종 선행지표가 되는 모든 영역이 부진에서 탈출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당분간 거래절벽, 가격하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급등한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마피가 속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