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가아파트 사들이는 큰손은 누구일까?
서울 고가아파트 사들이는 큰손은 누구일까?
부동산 훈풍에 수억원 차익 기대 서울 서초에 보류지 14가구 나온다
“요즘 돈 잘 버는 젊은 부부들 많아요. 대기업 맞벌이 부부들이 작년 겨울부터 많이 넘어왔어요.”
서울 송파구 잠실 대단지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젊은 사람들이 어디서 돈이 이렇게 날까 싶었는데 연봉이 높으니 대출 잘 받아서 턱턱 사더라”고 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고소득 맞벌이 부부가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 은행권, 전문직에 종사하는 맞벌이 부부들로 주로 연봉 1억 이상 너끈히 버는 40대들이다.
맞벌이는 소득을 합치니 대출도 더 나온다.
고소득 맞벌이 부부들은 ‘부부 합산 연봉’을 활용해 대출을 일으켜 집값이 비싼 일명 ‘상급지’로 넘어오고 있다.
2년 전부터 규제지역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 금지가 풀린 상황에서 이같은 갈아타기 수요가 더욱 쏠리는 모습이다.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로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 중인 일본에서도 고소득 맞벌이 부부 ‘파워 커플’ 덕분에 이들이 선호하는 도쿄 신축 맨션 가격이 상승세다.
국내에서도 억대 연봉자들이 늘면서 맞벌이 부부가 선호하는 서울 상급지 위주로 아파트 가격이 강세로 풀이된다.
올해 초 대기업 맞벌이 이 모 씨 부부는 서울 송파 대단지 아파트 전용 84㎡를 매수했다.
보유했던 서울 외곽 구축을 팔고 대출 10억원가량을 일으켜 갈아탔다
부부 합산 연소득이 2억이 넘다 보니 10억원 대출(만기 40년, 금리 4.5%)을 받아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는 23%로 40%(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넘지 않았다.
매달 낼 원리금은 400만원가량. 이 씨는 “한사람 월급은 없는 셈 치고 산다.
생활이 빠듯해도 원하던 곳으로 ‘점프’해 참을 만하다”며 “부부가 정년까지 열심히 일할 생각”이라고 했다.
올해 서울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데에는 이 씨 같은 고소득 맞벌이 부부의 갈아타기 수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규제지역 내 15억원 초과 대출 금지가 풀리자 강남 3구로 ‘입성’하려는 수요가 늘었고, 직장과 가까운 마용성
(마포·용산·성동)으로 갈아타려는 수요도 쏠려 서울 안에서도 강남과 마용성 등 15억원 초과 아파트가 많은 지역만 강세라고 설명한다.
7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서 분석’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매수자 중 절반 이상이 갈아타기였다.
올 상반기(1~6월) 서울 아파트 매수자가 ‘부동산 처분 대금’으로 주택구입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신고한 비율은 1분기 52.1%, 2분기 57%로 절반을 넘겼다.
서울 아파트 매수자 2명 중 1명은 갈아타기 수요라는 얘기다.
상급지 갈아타기가 늘면서 15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도 큰 폭 늘었다.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중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 거래 비율은 20.45%로 2년 전(13.6%)보다 급증했다.
서울 성동구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에서 비싼 지역은 처음 진입하는 무주택자보다는 1주택자 손님이 많다.
기존 집을 판 돈에 대출을 얹어 평수를 넓히거나 비싼 지역 혹은 신축으로 갈아타기 수요가 많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