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론 ; 서민용 정책 모기지 상품인 ‘보금자리론’ 대출실적이 급감해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3년간 급격히 집값이 올라 대출 상한선인 ‘6억원 이하’인 물건을 찾기도 쉽지 않은데다, 금리 인상 여파에 주택 매수 수요자가 줄어든 영향이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8월 기준 보금자리론 대출 건수는 3762건(6693억원)에 그쳤다. 1년 전 대비 건수와 금액 모두 60% 이상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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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론은 2019년 11월 2만7716건(4조2088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2020년 12월까지 매달 대출 건수는 1~2만 건, 대출금액도 2~3조원대를 기록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주택가격 급등으로 대상자가 줄면서 실적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기준 대출 건수는 3년 전인 2019년(11월 기준)에 비해 9분의 1이나 쪼그라들었다.
집값 폭등, 부동산 시장 침체, 금리 인상 등이 겹치면서 공급 건수와 금액 모두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보금자리론은 부부 합산 연 소득 7000만원(신혼부부는 연 8500만원)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시세 6억원 이하의 주택 구입 자금을 최대 3억6000만원까지 고정금리로 빌려주는 상품이다.
청약 당첨이 어렵고, 현금 여력이 없는 30~40대 서민 실수요자 입장에서 유용한 주거 사다리로 통했다.
낮은 금리로 최장 40년간 매달 안정적으로 원리금 상환이 가능해서다.
보금자리론을 이용하기 위해선 대출승인일 기준 담보주택의 평가액이 6억원 이하여야 한다. 2017년 1월 정해진 가격 기준이다.
서울 아파트에 적용 불가능
하지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는 현실과 맞지 않은 주택가격 기준 탓에 대상자가 급감하고 있다.
실제 KB부동산에 따르면 8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7879만원으로
보금자리론의 주택 가격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보금자리론이 도입된 2017년(1월 기준)만 해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5억9769만원이었다.
수도권의 경우 같은 기간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4억615만원에서 8억517만원으로 2배 가까이 올랐다.
집값은 오를 대로 올랐는데 대출 실행이 가능한 주택 가격 기준이 시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도 도입 초기에는 당시 집값 중위가격에 맞춘 금액 기준이 적용됐겠지만,
시장 상황이 변하고 신규 대출 잔액이 줄어들게 된 상황에선 주거 취약층의 현실적인 기준에 맞게 기준을 높여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보금자리론처럼 정책 모기지 상품은
대출 실행을 위한 주택 가격 적용 기준이 고정된 금액 기준”이라며 “적용 대상을 시장가격과 연동해서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6억원 이하 주택이 씨가 말랐다는 것은 가구 수 통계로도 확인된다.
주금공이 KB시세를 반영해 윤 의원실에 제출한 6억원 이하 서울 주택 가구 수 비율은 2017년 1월에는 전체의 64.6%였으나 8월 기준 9.7%로 급감했다.
보금자리론
수도권도 같은 기간 85.1%에서 44.1%로 반토막 났다. 전국은 92.0%에서 67.4%로 감소했다.
집값 하락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매수세가 줄어든 것도 보금자리론 인기가 시들해진 주된 이유다.
금리 인상 여파로 매수세가 위축된데다 추가 집값 하락을 우려한 실수요자들이 ‘사자’가 아닌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30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8.5를 기록하며 지난 5월 첫째 주 조사(91.1) 이후 21주 연속 하락했다.
단순 수치상으로는 2019년 6월 셋째 주(77.5) 조사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윤영덕 의원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해 마련된 보금자리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문제”라며
“주택시장 동향을 주시하며 탄력적으로 운영해 서민 주거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