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1만가구 입주에도 바겐세일 없다
둔촌주공 1만가구 입주에도 바겐세일 없다
“전세가가 내려갈 줄 알고 이사 갈까 생각했는데 ‘정상 매물’은 9억원이 넘네요.”
최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 전세 매물을 찾던 김 모씨는
“1만가구 넘는 단지가 들어서는 엄청난 입주장이어서 ‘전세가’ 바겐세일을 기대했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 이사 계획을 보류했다”고 했다.
1만2000가구 규모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를 앞두고 상승세가 지속되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변곡점을 맞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과거에는 대규모 입주장 때 전세가와 매매가가 동시 하락하며 주변 집값도 끌어내리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 불리는 매머드급 단지가 입주하는데도 시세가 상승하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향후 3년간 공급 감소가 뚜렷한 데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동 둔촌주공을 재건축한 올림픽파크포레온 1만2032가구가 오는 11월 27일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이 2만9000여 가구인데, 41%에 해당되는 매머드급 단지다.
압도적 물량만큼 전세가 ‘바겐세일’이 예상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하락’은 찾기 힘들다.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면적 84㎡ 매물 호가는 6억9000만~13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부동산 업계는 “전세대출과 계약갱신청구가 가능한 소위 ‘정상 매물’ 시세는 최소 9억원 이상”이라고 했다.
간혹 나오는 전세가 7억~8억원대 매물은 근저당이 설정돼 있거나 실거주 유예 3년이 적용돼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없다.
둔촌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있어 ‘2+2’년 거주가 가능하고, 융자가 없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는 조합원
매물은 9억~11억원대”라면서 “요즘 계약될 때마다 전세가가 1000만~2000만원씩 오르고 있다”고 했다.
‘국민평수’ 기준 전세가 9억~10억원대는 인근 송파 대단지 헬리오시티보다 다소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매매 거래가도 강세다. 이 단지는 올해 신고가 거래가 잇따랐다.
전용 84㎡ 입주권은 7~9월 22억~24억원대에 거래됐다.
2022년 12월 분양할 당시 해당 면적 분양가가 약 13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반 만에 9억원 이상 상승했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반 분양자 매물은 실거주 의무 전에는 팔 수가 없고, 조합원 중에는 실입주하는 분들이 많아서
매매 매물이 귀하다”면서 “매물이 적다 보니 가격은 안 떨어지고 신축 품귀로 매매가가 오르고 있다”고 했다.
매매 매물은 532개로 전체 단지의 4.4%에 불과하다.
2019년 헬리오시티 입주장 때는 9510가구가 입주하면서 전세가와 매매가가 동시에 하락했다.
당시 전용 84㎡ 전세가는 주변 시세보다 3억~4억원 낮은 5억원대로 떨어졌고 매매가도 하락했다.
같은 평형은 입주장 전에는 조합원 입주권이 17억원대였지만 입주장 당시 14억원까지 내려갔다.
헬리오시티 입주 시기에는 지속적으로 입주 물량이 증가했다.
부동산 지인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18년 4만1000가구에서 2019년 5만2000가구로 증가 추세였으며
특히 송파와 인접한 동남권에서만 래미안명일역솔베뉴(1900가구), 고덕그라시움(4932가구) 등 1만가구 넘게 입주가 이어졌다.
올해는 수도권 공급이 감소하는 추세인 데다가 특히 서울은 향후 3년간 ‘공급 감소’가 예고된 점이 그때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