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임대주택 20년 거주 가능해져 든든한 선택
기업 임대주택 20년 거주 가능해져 든든한 선택
1955년 세워진 일본 건축회사 다이와하우스는 1989년 자회사 ‘다이와리빙’을 만들어 임대주택 사업을 시작했다.
35년이 지난 현재 다이와리빙은 일본 전역에서 68만가구 이상 임대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1957년 설립된 미국 부동산업체 실버스타인은 뉴욕과 필라델피아,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100억 달러 규모의
임대주택을 운영하며 임대료 수익을 얻고 있다.
지역에 따라 노인·신혼부부 맞춤형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앞으로 국내에도 이처럼 집주인이 기업인 임대주택이 늘어난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28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주거 서비스를 다양화하기 위해 규모 있는 임대 전문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부동산투자회사(리츠), 시행사, 보험사 등이 100가구 이상 임대주택을 20년 이상 장기 운영하도록 신규 사업 모델을 마련했다.
오는 2035년까지 기업형 임대주택을 10만 가구 이상 공급하는 게 목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기존 10년짜리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에 적용되던 임대료 규제를 대폭 풀어준 것이다.
세입자가 바뀌면 시세대로 임대료를 받게 해주는 게 대표적이다.
현재는 신규 세입자를 구해도 기존 세입자가 내던 임대료보다 5% 이상 올릴 수 없다.
주변 지역 주거비 물가상승률(CPI)보다 임대료를 더 높게 올릴 수 없는 규제도 풀었다.
임대료를 올릴 때 임차인대표회의와 협의해야 하는 의무도 없앤다.
세제 혜택도 제공한다. 법인의 취득세 중과(12%), 종합부동산세 합산을 배제하는 방안이다.
공동주택·오피스텔 전용 40㎡ 이하는 재산세를 75%, 40㎡~60㎡는 50%, 60㎡~85㎡는 25% 각각 감면한다.
임대 수익만으로 사업이 이뤄지게 하려면 이 같은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이 필수라고 봤다.
박 장관은 “국내 민간임대 시장은 과도한 임대료 규제, 세제 중과로 인해 규모화·산업화 되지 못하고 개인 다주택자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영세한 개인 위주라 전세 사기·깡통 전세 문제가 계속 터지는 실정이다.
장기간 거주가 어렵다 보니 보통 4년 전세가 끝나면 계속 이사를 다녀야 한다.
그는 “전세 제도는 효용을 다했고 한계점이 상당하다”며 “전세 일변도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주거 선택의 다양성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이 실현되려면 반드시 법이 바뀌어야 한다.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것. 하지만 현재 국회는 여소야대 형국이다.
사업 시행 시 임대료가 전반적으로 오를 수도 있는 만큼 거대 야당이 동의할지 미지수다.
아울러 관건은 기업 참여를 끌어내는 것인데 업계에선 정책 연속성을 우려한다.
정권이 바뀌면 제도가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어서다.
일례로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에도 비슷한 정책이 추진됐다.
중산층이 8년간 거주하도록 만든 ‘뉴스테이’ 제도다.
하지만 고가 월세 논란과 함께 민간 건설사에 각종 지원을 하면서 규제를 두지 않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는 이에 뉴스테이 명칭을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바꾸고 임대료 규제를 강화했다.
사실상 10년 후 분양 전환해서야 수익을 거두는 구조였다.
임대료가 낮아 임대주택을 운영하는 동안엔 적자가 불가피해 기업들 외면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