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역대최소 빌라의 수난시대 아파트 전셋값 자극 우려도
거래량 역대최소 빌라의 수난시대 아파트 전셋값 자극 우려도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황모(34) 씨는 최근 소형 아파트 월세 계약을 했다.
월세가 부담스러웠지만 현재 거주 중인 빌라 전세금 2억7천만원을 돌려받지 못할까 봐 몇 달간 마음 졸이다 내린 결정이다.
당초 황씨는 전세 재계약을 원했지만, 보증보험 가입을 갱신하려면 공시가 하락과 보증보험
가입 요건 강화 등으로 전셋값을 7천만원가량 내려야 했다. 집주인은 내줄 돈이 없다고 버텼다.
황씨는 “집주인에게 전세금 반환 대출을 알아보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설득도 해보다가 결국
집을 옮기기로 했다”며 “다시는 빌라 전세를 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빌라의 ‘수난시대’다.
다세대·다가구를 중심으로 한 전세사기와 역전세난으로 빌라 기피 현상이 길어지고 있다.
서울 빌라 전월세 월간 거래량은 35개월 만에 최소치로 떨어졌고, 올해 들어 매매 거래량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빌라 매매거래, 처음 10만호 아래로 떨어질듯
13일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 ‘부동산거래현황’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빌라(다가구·다세대·연립) 매매 거래량은 6만9천417호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1.5% 감소했다.
매년 1∼9월 기준으로 이 같은 거래량은 2006년 부동산거래통계(주택) 작성이 시작된 이후 최저치다.
빌라 거래량은 2021년 1∼9월 18만8천561호였으나, 지난해 11만8천664호, 올해 6만호대로 급감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간 빌라 매매 거래량이 처음으로 10만건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 주택 거래량에서 빌라가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1∼9월 16.4%로 역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작년 같은 기간(28.4%)보다 12%포인트나 낮아졌다.
반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늘었다.
올해 1∼9월 31만6천603건이 거래돼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0% 증가했다.
아파트 매매 거래 증가로 이 기간 전체 주택 거래량은 작년 동기보다 소폭(1.4%) 증가한 42만804호였다.
서울을 중심으로 빌라 전월세 거래도 급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 다세대·연립 전월세 거래량은 8천629호로 2020년 11월(8천381호)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다세대·연립 전월세 거래량은 계속해서 매월 1만건 이상을 유지하다가 9월부터 월 1만건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1∼10월 서울 빌라 전월세 거래량은 10만9천338호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8% 감소했다.
반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1∼10월 22만4천495호로 5% 늘었다.
특히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의 전월세 거래량은 1∼10월 11만4천962건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1년(1∼10월 기준) 이래 가장 최대 규모다.
정부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전셋값이 공시가격의 126% 이하일 때만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했는데,
이에 따라 낮춰야 하는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어난 것도 빌라 기피 현상의 요인이 되고 있다.